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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퀘어》에서 보여준 예술계의 모순, 도덕적 이상과 괴리, 불편한 질문

by 1to3nbs 2025. 5. 16.

《더 스퀘어》는 예술과 도덕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위선과 모순을 블랙 코미디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현대 미술관 큐레이터인 주인공을 통해 ‘선함’의 의미를 탐색하며,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영화가 제기하는 윤리적 질문과 예술의 책임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정중앙에 빛나는 네모난 전시 공간이 놓여 있고, 주변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

예술이 만든 틀, 그 안의 모순들

이 영화의 핵심은 제목인 ‘더 스퀘어’에서 출발합니다. 이 네모난 공간은 "서로 신뢰하고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장소"라는 이상적 개념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이 전시는 결국 현실과 충돌하면서,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 인간의 행동 간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이 전시의 기획자로서 예술적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도덕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선택을 반복합니다. 특히 휴대폰 절도를 당한 사건 이후 보인 그의 반응은 위선적인 태도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는 개인적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아파트에 협박성 전단지를 배포하며, 책임의 방향을 타인에게 전가합니다. 이 장면은 ‘예술 안의 윤리’가 아닌 ‘예술 밖의 이기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입니다.

더불어 ‘원숭이 인간 퍼포먼스’ 장면에서는 갤러리 안의 부유한 관객과 공연자의 충돌을 통해, 예술이 인간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관객이 공포나 혐오를 느낄 때조차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연출은 예술이 인간 행동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아이가 끝내 크리스티안에게 외면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관객의 양심을 흔들고, 감정을 도덕성과 연결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더 스퀘어’라는 구조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예술의 빈 껍데기를 상징하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도덕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

《더 스퀘어》의 중심에는 ‘도덕적 인간’에 대한 환상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언뜻 세련된 교양인처럼 보입니다. 말투, 옷차림, 예술적 감수성 모두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전혀 다릅니다. 그는 휴대폰을 되찾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협박성 쪽지를 배포하고, 광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며 본인은 한발 물러서려 합니다.

이러한 위선은 단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고발하는 장치로 읽힙니다. 영화는 이러한 도덕적 이미지와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아이를 잃은 이민자 소년이 크리스티안에게 반복적으로 항의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호소를 넘어, 시스템에 의해 배제된 이들이 어떻게 쉽게 ‘악역’으로 낙인찍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입니다.

또한 광고 영상 논란은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자극적인 이슈가 ‘마케팅 도구’로 소비되는 예술계의 이중성을 비판합니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을 도덕적인 인간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영화는 그 이면에 감춰진 이기심과 두려움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킵니다.

선함이란 개념은 의도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환기시키며, 인간의 도덕성은 위기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끝내 크리스티안에게도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관객 또한 그와 함께 도덕적 모호성의 경계에 서게 만듭니다.

불편함이 던지는 질문들

《더 스퀘어》는 의도적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원숭이 인간 퍼포먼스 장면에서는 극단적으로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 무기력한 군중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예술이라는 명분이 때로 윤리적 판단을 얼마나 쉽게 무디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그 순간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관객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러한 불쾌함은 관객의 내면을 자극하며, 도덕적 기준의 경계를 시험하게 합니다. 이는 영화 전반에서 반복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특히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도 소년을 찾아가는 과정은 불완전한 사과와 진정성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갑니다.

그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 않고, 그 장면은 단순한 회복의 드라마가 아닌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해체적 시도로 읽힙니다. 영화의 결말 역시 전형적인 해결이나 감정적 정화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티안은 예술계를 떠나고, 관객은 허공에 남겨진 질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더 스퀘어》는 예술이 인간의 도덕적 갈등을 소비하고, 때로는 면죄부처럼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또한 ‘참여하는 예술’이라는 현대 미술의 이상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가 강조하는 핵심은 ‘위선’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며, 이는 단지 예술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통렬한 풍자이자 자화상으로 다가옵니다.

결론: 우리가 믿는 ‘도덕’은 진짜일까?

《더 스퀘어》는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도덕성과 선의 개념이 얼마나 연약하고 자기기만적인지를 드러냅니다. 블랙 코미디 형식을 빌리지만, 그 중심에는 깊은 윤리적 질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객은 웃을 수 없는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불쾌함 속에서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지만 강력한 이유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위선’들이 결국 크리스티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더 스퀘어》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평가받는 구조를 제시합니다. 감상자가 도덕적 대상이 되는 경험,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예술계와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